여의도·목동도 '삐끗'…신탁 재건축 '잡음'

입력 2023-12-24 17:44   수정 2023-12-25 00:49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장에서 잡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문성 있는 신탁사가 사업을 맡아 갈등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려는 당초 기대와 상반된 모습이다. 시공사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주민 간 내홍까지 커지면서 신탁 방식 철회를 고민하는 단지도 있다. 신탁 방식에 인센티브를 부여한 정부는 뒤늦게 표준계약서를 배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파행을 겪고 있는 사업지가 많아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 현장도 갈등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사진)는 신탁 방식을 선택했지만, 사업 지연 위기에 놓였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A신탁의 정비계획 위반 사항을 지적해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주민들 사이에선 “신탁사의 전문성을 믿고 재건축을 맡겼는데, 논란이 있는 단지라는 이미지만 얻었다”는 반응이다. 이에 신탁사는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를 열어 사업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사업에 제동을 건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게 되면서 ‘여의도 1호 재건축’이라는 말은 무색해졌다.

지방 현장에서도 신탁 방식 정비사업장에서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B신탁이 시행에 나선 강원 강릉의 한 소규모 재건축 현장에선 수수료를 두고 소송이 제기됐다. 분양 수입의 3.61%를 제시한 신탁사 측에 조합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신탁사가 신탁보수 소송을 제기해 조합원은 8억원을 신탁사에 지급해야 했다. 결국 조합은 신탁보수를 지급한 뒤 다시 신탁사 계약을 공고했다. 새로 참가한 신탁사는 모두 2%대 수수료를 제시했다.

경남 양산에선 신탁사와 입주 예정자가 갈등을 빚으며 공사가 중단된 사례도 있다. 분양 후 설계 변경 여부를 놓고 견해차가 커진 것이다.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 이번에는 위약금 액수를 놓고 다시 주민과 신탁사 간 갈등이 커져 일부 주민이 신탁사를 고소한 상태다.
정부, 신탁 방식 표준계약서 배포
신탁 방식은 까다로운 재건축·재개발 사업 과정에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서 갈등을 예방하는 게 장점이다. 특히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조합보다 협상력이 높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특례를 통해 신탁 방식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는 방안에 이어 지난 9월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사업시행자 동의 요건을 기존 ‘주민 동의 4분의 3 이상 및 면적 3분의 1 이상’에서 ‘주민 동의 4분의 3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신탁 방식을 선택한 현장에서도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이 반복되고 일반분양 수입의 최대 3%대 수수료 탓에 주민 간 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는 신탁 방식 채택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추진위원장이 해임되는 등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신탁 방식의 단점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배포하는 등 부작용 막기에 나섰다. 국토부가 새로 마련한 신탁계약서엔 신탁보수를 제한하고 신탁사가 계약 후 2년 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주민 4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계약을 일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탁 부동산을 별도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신탁재산을 담보로 한 대출도 착공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사업 완료 기간도 소유권 이전 고시 후 1년 내로 명확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는 정비사업이 조합과 함께 신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탁 방식 활성화를 위한규제 개선과 함께 관리·감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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